제 5권 일치의 길


제 1 부 단순한 일치의 길


제 2 장 단순한 묵상기도


단순한 묵상기도라는 이름은 보슈에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다른 기도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1. 성녀 예수의 데레사는 이 단순한 기도를 거둠의 기도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거둠의 기도는 수동적인 거둠에 반대되는 능동적 거둠을 말하는 것이다.


2. 여러 신학자들은 이 단순한 기도를 영혼이 하느님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묵상기도라고 한다. 그리고 이 단순한 기도를 하느님의 단순한 현존에 대한 기도, 또는 하느님께 단순하게 사랑을 전하는 기도, 더 나아가 믿음 안에서 하느님을 단순하게 응시하는 기도라고 불렀다.


3. 보슈에가 이 기도를 단순한 묵상기도라 부르는 까닭은, 이 단순한 기도가 묵상기도의 감정과 추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단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4. 많은 가르멜회원들과 함께 여러 신학자들은 17세기부터, 이 단순한 묵상기도를 주입적 관상과 구별하기 위해 습득적 관상이라 불렀다.


제 1 절

단순한 묵상기도의 본질


    단순한 묵상기도는 다음 두 가지 중요한 행위를 갖는다. 즉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과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다. 영혼은 사랑할 목적으로 하느님과 그분의 거룩함을 바라보고, 더 잘  바라보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다.

    만일 단순한 묵상기도를 정감적 묵상 또는 추리적 묵상과 비교한다면 우리는 보슈에가 사용한 표현에서 나타나는 세 모습의 단순화를 볼 수 있다.


(1) 첫 번째 단순화는 묵상기도 안에서 차츰 감소된다. 이 단순화는 초보자들의 묵상에 빈번하게 큰 자리를 차지하는 추리를 없애준다.


 ㄱ) 그러나 영혼에게 이와 같은 단순화의 확신이 굳어지면서, 이 확신은 일상적인 사고 방식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초보자들이 묵상기도에서 단순함을 회상하려면 큰 어려움없이 쉽게 그 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초보자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영혼 안에 경건한 감정이 재빨리 솟게 되며, 단순한 묵상기도는 차츰 정감적 묵상기도가 되기 시작한다.

 ㄴ) 그런가 하면, 묵상기도에서 단순화는 영혼에게 짧은 순간에도 진리를 지성의 직관으로  바라보게 한다.

 ㄷ) 때때로 하느님과 신성한 사물에 대한 바라봄이 영혼을 하느님의 현존 안에 살며시 정겹게 머물게 한다.


(2) 두 번째 단순화는 감정에서 일어난다.

 ㄴ) 단순한 묵상기도는 영혼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생각에 사로잡혀, 그들은 하루 종일  하느님께 영광 드릴 것만을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단순한 묵상기도에 대하여 마술리에 신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순한 묵상기도에서 영혼은 하느님의 현존 안에 있음을 영예롭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모시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할 때가옵니다. 이 생각은 강하게 영혼에 스며들어, 영혼으로 하여금 하느님 안에 깊은 잠심으로 들게 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묵상은 영혼 안에 들어와서, 성전처럼 거주하시는 흠숭하는 성 삼위의 권위와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때 영혼은 하느님을 더 할 나위 없이 흡족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소유하는 기쁨을 누립니다. 나아가 영혼은 이 땅에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열망이 하느님 안에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안식을 거기서 찾습니다.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보다 영혼이 바라고 열망할 수 있는 더 큰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3) 세 번째 단순화는 온 삶에 확대된다.

   이 단순한 묵상기도를 통해 믿음의 행위는 영혼에게 하루 종일 계속된다. 그리고 이 묵상은 일상적인 자기 일에 종사하면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그분께 일치하게 한다. 단순한 묵상기도에서 영혼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 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의 양심 성찰은 매우 단순해진다. 또 양심은 재빨리, 즉시 자신의 범한 죄를 곧바로 뉘우친다.


제 2 절

단순한 묵상기도의 유익성


    단순한 묵상기도의 큰 유익은 이 기도를 통해 모든 삶을 하느님 안에 일치되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혼은 하느님의 더 큰 영광과 자신의 영적 유익을 위해, 신적 삶과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1) 이 묵상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하루 종일 찬미를 받으신다.

단순한 묵상기도는 지식과 은사의 영향 아래 피조물들을 보면서 언제나 하느님과 연관 지어 바라본다. 이로 인하여, 이 묵상기도는 영혼의 영성생활을 경신덕의 연장으로 사랑과 감사의 행위가 되게 한다.


(2) 단순한 묵상기도를 통해 영혼은 성화된다.

 ㄱ) 이 묵상기도는 영혼이 오랫동안 한 진리에 관해 주의를 집중시키면서 사랑을 동반하게  되므로, 그는 더욱 열렬히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고, 하느님과 내적으로 더욱 일치한다.

 ㄴ) 묵상기도에서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께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로 보인다.

 ㄷ) 이 묵상기도는 영혼으로 하여금 매우 쉽게 겸손을 실천하게 한다. 즉 하느님의 빛으로, 영혼은 확실하게 자신의 허무와 죄를 보고, 잘못을 겸손하게 고백하게 한다.


단순한 묵상기도에 대한 어려움의 해결

 

 ㄱ) 가끔 사람들은 단순한 묵상기도를 나태를 조장하는 같은 종류로 분류하면서 이 기도를 비난한다.

      사실 영혼은 단순한 기도에서 차츰 추리하기를 그치고,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랑하며 찬미한다.

 

 ㄴ) 단순한 묵상에서 고정된 생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은 분명 머리를 피로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즉 단순한 묵상기도는 영혼을 무리한 노력이 아닌, 은총의 이끌림에 조용히 따르도록 한다. 이 묵상기도는 영혼에게 하나의 생각이 무르익고 나면, 처음 관심을 두었던 것을 방해하지 않고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묵상기도는 영혼을 피곤하게 하기보다, 성령의 작용에 순응하게 하고, 영혼은 달콤한 휴식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