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악령론

 

 

40. 모든 상황에서 일상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매 순간 주의하고, 받아들인 계명들을 가능한 한 실천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사실 악령들도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악령은 우리를 거스른 욕정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가능한 것을 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을 행하도록 강요한다. 악령은 병자가 고통에 감사하고 봉사자에게 참을성을 보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또 병자가 쇠약해도 고행을 실천하도록 권고하며, 몸이 무거워도 선 채로 시편을 바치도록 권고한다.

 

41. 도시나 마을에 얼마간 머물며 세속인들을 가까이해야 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열심히 절제하도록 하자. 이는 현실 상황으로 인해 무뎌지고 부주의해진 우리 정신이 원하지 않은 무언가를 하게 되고, 악령의 공격을 받아 도망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42. 그대가 유혹받을 때 그대를 괴롭힌 놈에게 분노에 찬 말을 하기 전에는 기도하지 마라. 사실 그대 영혼은 생각들을 통해서 영향 받았다. 결과적으로 기도는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그러나 그대가 적에게 분노에 찬 말을 한다면, 그대는 그가 제시한 표상을 깨뜨려 사라지게 한다. 이것이 분노의 자연적인 효과이기 때문이다. 좋은 표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3. 악령들 간의 차이점을 알고 그들이 다가오는 순간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그 대상을 통해 알게 되는 생각으로써 이를 알게 될 것이다. , 악령들 중 어떤 놈이 가끔씩 오면서도 더 악질적인지, 어떤 놈이 꾸준하면서도 더 약한지, 어떤 놈들이 함께 들이닥쳐 정신이 신성을 모독하도록 유혹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생각이 그 대상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에, 또 우리의 고유한 상태에서 너무 많이 빗나가기 전에 우리가 악령을 거슬러 무슨 말을 하고 누가 현존하는지 알리기 위해 이러한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이리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빨리 진보할 것이며, 우리에게 놀라 분개하는 그 녀석들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44. 악령이 수도승과 맞서 싸우면서 무력해지면, 약간 물러나 덕들 가운데 어느 것에 소홀한지 살핀다. 그리고 소홀한 부분을 틈타 갑자기 들이닥쳐서 불행한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45. 사악한 악령은 자기보다 더 사악한 악령을 불러들여 자기를 돕게 한다. 성질이 서로 반대되는 악령들도 오직 영혼의 파멸을 위해서는 일치한다.

 

46. 정신이 하나님을 모독하고 (감히 형언하지 못할) 금지된 것을 상상하도록 유혹하는 불순한 악령에 동요되지도 말고 우리의 열정을 무디게 하지도 말자. 주님은 '마음을 아시는 분'(1:24; 15:8 참조)이시며, 우리가 세상에 있었을 때조차 그러한 광기로 미치지 않았음을 아시기 때문이다. 이 악령의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기도를 단념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를 우리 주 하나님 앞에 서 있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불경한 생각을 했던 분을 향해 감히 손을 펴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47. 발설된 말이든 육체의 돌발적 움직임이든, 그것은 영혼 안에 현존하는 욕정의 표징이다. 이 표징을 통해 원수들은 그 생각이 우리 안에 있는지, 우리가 그 생각 때문에 괴로워했는지, 우리 구원을 염려하여 그 생각을 쫓아 버렸는지 감지한다.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만이 우리 정신을 아시며, 그분이 마음 안에 감추어진 것을 아는 데는 표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48. 악령은 세속인과는 주로 사물을 통해 싸우지만 수도승과는 생각을 통해 싸우는 경우가 더 잦다. 사실 수도승은 고독으로 인해 맞싸울 사물이 별로 없다. 행동으로보다 내적으로 죄짓는 것이 더 쉬운 만큼, 내적 싸움이 사물을 통해 행해지는 싸움보다 더 어렵다. 정신이란 쉽게 동요되고, 금지된 상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힘든 무엇이기 때문이다.

 

49. 우리는 일하고 밤샘 기도를 하고 줄곧 단식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살전 5:17)라는 법이 있다. 사실 영혼의 욕망부를 치유하는 이 명령을 준행하는 데는 육체도 필요하다. 우리 육체는 연약하여 그러한 노고를 넉넉히 감당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기도는 싸움을 위해 정신을 강하고 순수하게 한다. 정신은 이 육체 없이도 기도하기 위하여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또 영혼의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악령과 싸우기 때문이다.

 

50. 어떤 수도승이 경험을 통해 잔혹한 악령들을 알고 그들의 기교에 익숙해지려면, 그로 하여금 생각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그것이 강렬한지 느슨한지, 뒤섞여 있는지, 언제 일어났다 사라지는지 파악하게 하라. 그래서 어떤 악령이 이런저런 생각을 일으키는지, 어떤 악령이 다른 악령 뒤에 오는지, 어떤 악령이 다른 악령을 따르지 않는지 주목하게 하라. 또 그 이유들을 그리스도에게서 찾게 하라. 사실 악령은 관상적 방법으로 수행에 전념하는 사람을 매우 못마땅해 한다. 그들은 "마음 바른 이들을 어둠 속에서 쏘려"(11,2)하기 때문이다.

 

51. 이 관찰을 통하여 그대는 악령들 중 두 놈이 매우 빨라서, 우리 정신의 움직임을 앞지른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들은 음욕의 악령과 우리를 신성모독으로 유혹하는 악령이다. 그러나 둘째 놈은 잠시 지체하는 반면, 첫째 놈은 그가 일으키는 생각들이 욕정으로 자극되지 않는 한, 하나님 인식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52. 육체를 영혼에서 분리하는 것은 오직 그것들을 결합한 분에게만 속한다. 그러나 영혼을 육체에서 분리하는 것은 덕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도 속한다. 우리 교부들은 죽음에 대한 훈련과 육체에서의 탈출을 '아나코레시스'라고 불렀다.

 

53. 자신의 육체를 너무 잘 양육하는 우()를 범하는 사람과 육체를 돌보면서 육체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람은 육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책망해야 한다. 이 육체를 수단으로 영혼의 아파테이아를 획득했고, 어느 정도 피조물에 대한 인식을 얻는 사람은 창조주의 은총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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