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의 천적

 

이 글은 인류학자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글 중에 그가 돈 후앙의 가르침을 받은 내용 중 필자가 읽다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간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 정리해 본다. 일기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특별히 붙힌 제목은 없다. 그러나 내용상으로 보면 식자의 천적이라 붙힐 수 있겠다.

 

 

1962415일 일요일

 

떠날 채비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식자의 천적에 관해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적어놓으면 떨어져 있을 때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냐며 그를 설득했다.

돈 후앙은 잠시 주저하다가 운을 했다.

"누구든 배우기 시작할 때는 자신의 목표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지 않아. 목적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의지도 모호하지. 그는 보상을 얻고싶어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네. 힘들게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아예 모르니까 말이야.

그러다가 서서히 배워가기 시작한다네. 처음에는 하나하나씩, 나중에는 상당한 양을 말이야. 그러면 그는 곧 사고의 혼란을 겪게 된다네. 배운 것이 머릿속에서 그리거나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게 되는 거지. 배움이 자기가 예상한 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결코 없네. 배움의 모든 단계는 새로운 도전이고, 그가 느끼는 두려움은 무자비하고 가차 없이 커지기만 하지. 배운다는 행위 자체가 전쟁터가 되어버리는 거야.

이l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친적과 맞부닥치는 걸세.


1) 공포

    그건 공포야!   위험천만하고, 극복하기 힘든 끔찍한 적이지. 공포는 모든 길모틀이에 숨어서 배회하며 그를 기다린다네. 그리고

그것과 마주친 사람이 공포에 못 이겨 도망친다면 그걸로 끝이야. 공포가 그의 탐구에 종부를 찍은 거지."

"공포에 못 이겨 도망치는 사람한테는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다시는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결코 식자가 될 수 없는 거지. 난폭해지든 아니면 두려움에 찬 무해한 인간이 되든 간에, 언제나 패배자로 남을 거야. 첫 번째 적이 배움에의 열망을 잘라버렸으니까."

"그럼 공포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은 아주 간단하네. 도망치면 안 돼. 공포를 무시하고, 공포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지. 그리고 다음 단계로, 또 그다음 단계로 말이야. 아무리 공포로 가득 찬다고 해도, 결코 멈춰서는 안 되네. 그게 규칙이야! 그러면 첫 번째 천적이 물러나는 순간이 올 걸세. 그러면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하지. 의지가 강해지고, 더 이상 배우는 걸 공포스럽게 여기지 않게 돼.

이런 멋진 순간이 찾아오면, 그는 첫 번째 천적을 이겼다고 주저 없이 선언할 수 있다네. "

"그런 일은 한꺼번에 일어납니까? 아니면 조금씩 일어납니까?"

"조금씩 일어나지만, 공포 자체는 느닷없이, 그리고 금방 축출되지."

"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면 또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아냐. 한 번 공포를 쫓아버리고 나면 그는 남은 일생 동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네. 왜냐하면 그는 두려움 대신 명료함을, 즉 두려움을 지워버리는 명료한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지. 그 무렵에는 자신의 욕구를 자각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그걸 충족시킬 수 있는지도 알게 되네. 앞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도 예상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예리하고 명료하게 파악되지. 그는 그 어떤 것도 장막에 가려져 있지 않다고 느낀다네.

 이렇게 해서 그는 두 번째 천적을 만나는 거야.

  

2) 명료함

    명료함을!   마음의 명료함은 얻기도 힘들고 공포를 쫓아주지만, 동시에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든다네.

명료함은 자신에 대한 의문을 결코 품지 않게 만들거든. 모든 것이 명료하게 보이기 때문에,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거야. 용감한 것도 명료하기 때문이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것도 명료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잘못이라네. 뭔가 불완전한 행동이라고나 할까. 만약 그가 이 가공의 힘의 유혹에 빠진다면 그것은 두 번째 천적에게 굴복한 것이고, 배움에도 차질이 올 걸세.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 급히 행동하고, 재빨리 행동해야 할 때는 거꾸로 인내심을 발휘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런 식으로 버벅대다가 결국은 더 이상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거지.

"그런 식으로 패배한 사람은 나중에 어떻게 됩니까, 돈 후앙? 그 때문에 죽습니까?"

"아니, 죽지는 않네. 두 번째 천적에 의해 식자가 되는 걸 단박에 저지당할 뿐이야. 그 대신 그는 낙천적인 전사가 되거나 어릿광대가될 수도 있네. 그래도 그토록 큰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명료한 마음이 어둠이나 두려움으로 변하는 일은 결코 없다네. 살아 있는 동안은 줄곧 그렇게 매사가 명료할 거야. 하지만 더 이상 배울 수는 없고, 뭔가가 되고 싶다고 동경하는 일도 없어."

"그럼 그런 페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포를 극복했을 때처럼 해야 하네. 자신의 명료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단지 관찰하기 위해서만 그걸 쓰고 새로운 일에 착수할 때는 끈기를 가지고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거야. 특히 자신의 명료함이 거의 오류에 가깝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그러면 그것이 단지 눈앞에 있는 허공 속의 한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올 거야.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두 번째 천적을 극복할 수 있고, 아무것도 그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 그런 경지에 도달하게 되네. 이것은 오류가 아니야. 이건 허공 속의 한 점에 불과하지않아. 그건 진짜 힘이 될 거야. 그 시점에서 그는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추구해온 힘이 마침내 자기 것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 그걸 가지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지. 그는 맹우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고, 그가 원하는 것이 곧 규칙이 돼. 그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하지만 거기서 그는 세 번째 적과 맞닥뜨리게 된다네

  

3) 권능    

     권능이야권능은 가장 막강한 적이라네. 그리고 가장 쉬운 선택은 물론 그것에 굴복하는 거야. 사실 그는 정말로 무적이니까 말이야. 그는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놓이네. 처음에는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다가, 막판에 가서는 아예 자기가 규칙을 만들어내지. 지배자는 다름 아닌 그니까 말이야.

이 단계에 있는 사람은 세 번째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거의 깨닫지 못하지. 그러다가 갑자기, 불시에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는 거야. 그건 세 번째 적이 그를 잔인하고 변덕스러운 사내로 만들었기 때문이야."

"그럼 권능을 잃게 되는 겁니까?"

"아니. 결코 명료함이나 권능을 잃지는 않네."

"그럼 그를 식자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습니까?"

"권능에 의해 패배한 사람은 그걸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채로 죽는다네. 권력은 그의 운명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짐에 불과해. 그런 사내는 자기를 통제할 줄 모르고, 언제, 또 어떻게 자신의 힘을 써야 할지를 모른다네."

"그런 적들에게 진다면 궁극적인 패배를 당하는 겁니까?"

"물론 궁극적인 패배야. 일단 이런 적들에게 압도당한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네."

"예컨대 혹시 권능에 의해 패배한 사내가 자기 잘못을 깨닫고 개과천선할 수는 없는 겁니까?"

"없어. 일단 굴복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하지만 일시적으로 권능에 눈이 어두워졌다가도 나중에 깨달고 그걸 거부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그럴 경우에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거야. 그는 여전히 식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지. 더 이상 노력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경우에만 패배하는 거라네."

"하지만 돈 후앙, 공포로 인해 몇 년 동안이나 자포자기한 상태로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 그걸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아냐, 그건 가능하지 않아. 일단 공포에 굴복하면 결코 그걸 극복할 수 없어. 그럼 배우는 걸 꺼리게 되고, 다시는 시도하려고 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두려움에 시달리면서도 몇 년이고 배우고자 애쓰고 노력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그걸 극복할 걸세. 왜냐하면 그는 한 번도 정말로 자포자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 세 번째 적은 어떻게 물리칠 수 있습니까, 돈 후앙?"

"의도적으로 그 유혹에 저항해야 하네. 그가 복속시킨 것처럼 보이는 그 권능이 실제로는 결코 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 항상 자제하고, 그때까지 배운 모든 것을 신중하게, 성실한 태도로 다뤄야 해. 자제력이 수반되지 않은 명료함과 권능은 실패보다 더 나쁜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모든 것을 자제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네. 그러면 자신의 권능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되지. 그렇게 해서 그는 세 번째 적을 물리칠 것이네.

이 무렵이면 그는 배움의 여정의 끝에 다다르게 되고, 거의 아무런 경고도 없이 최후의 적과 마주치게 되네

  

4) 노년.

     바로 노년이야!   이건 가장 잔인한 적이라네이 적을 완전히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고, 단지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어.

이런 시기가 되면 그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마음의 명료함이 야기하는 조급함에도 시달리지 않네. 또 모든 권능을 통제하는 상태이지만, 그와 동시에 쉬고 싶다는 거부할 수 없는 욕구를 느끼는 때이기도 하네. 만약 그가 누워서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다는 욕구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리거나 피로에 지쳐서 자신을 달래고만 있다면 그는 마지막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고, 그의 적은 그를 늙고 나약한 존재로 추락시킬 거야. 이제는 포기하고 물러나고 싶다는 욕구가 그의 모든 명료함과 권능과 지식을 억눌러서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거지.

하지만 피로를 벗어던지고 주어진 운명을 끝까지 완수한다면, 비로소 그는 식자라고 불릴 수 있다네. 마지막으로 찾아온 불패의 적에 대항해서 비록 순간적으로만 승리했다고 해도 말이야. 명료함과 권능과 지식의 그 순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잘 읽어 보시면 엄청난 지혜가 담겨 있지요.

구도자가 아니라도, 지식을 얻고자 하는 즉 배움을 택한 사람이라면 좋은 자료가 될 줄 알아 올립니다. 참고하시고 승리하세요.



식자의 천적 (돈 후앙의 가르침).hwp





God Bless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