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행복에 대하여」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

오데뜨 라코와 쟝 테야르 위리의 결혼식에서
(1928년 6월 14일)

쟝 군

    여기에 나란히 서 있는 두 분을 보니, 제 오래된 직업 습관이 다시금 고개를 듭니다. 두 분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군요. 서로 알지 못하던 독립된 세계들이 지금 이 순간부터 하나의 길로 합해졌습니다. 전혀 예기치 않았겠지만, 각자 오랜 시간 준비해 왔던 만남이기에 두 분은 놀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자신도 또 하나의 삶의 승리를 목격하는 것 같아 경이로움과 기쁨을 충만하게 느낍니다.
     쟝 군, 당신의 길은 여기에서 아주 먼, 열대의 무거운 구름 아래 쌩-작크 갑(岬)의 파란실루엣이 감싸고 있는 평평한 논이 있는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은 차가운 오베르뉴와 극동 아시아가 정열적으로 합쳐진 곳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사바롱 가(街)에 있는 어느 중국식 화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곁에 붙어 그녀의 얼굴을 경이롭게 쳐다보곤 했습니다. 혈통으로 보나, 출생지로 보나 당신은 분명 아시아에서 당신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도 중국의 품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마음으로 하는 여행

    마음의 여행은 무엇일까요? 오로지 당신만이 그 여행의 출발점과 속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존재의 위기를 맞기 전에 조금 서둘러 여행을 시작하십시오. 집에서 막내 노릇을 하든, 일터에서 상사에게 시달리든, 누군가를 만나 어떤 문제를 결정하든지 간에‥‥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 거미줄은 위태위태할 뿐입니다.
     상황이 어렵고 마음이 괴로울 때 자신의 길을 추구하면, 당신은 결국 자신의 영혼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영혼이라는 내면의 공간에서, 자신이 홀로 있으며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그것이 흙으로 만들어졌든, 쇠로 만들어졌든 간에- 가야 합니다. 드넓은 하늘을 나는 순간에도 인간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하늘보다 수천 배 더 광활하고 복잡한 생각의 바다에서 우리는 제각각 독특한 존재가 됩니다. 인간적이 될수록, 방황의 늪에 깊이 빠져들수록 더 큰 저주를 받게 됩니다. 쟝 군, 당신은 자신의 배가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몰라 두려워했는지 모릅니다.

두 마음이 합해질 때

     하나의 공간에서 두 영혼이 서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수억의 사람들 속에서 두 눈이 마주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귀하고 특별한 기적이겠지요. 그렇다면 두 마음은 언제 만나는 것일까요?
     모든 생명체를 살아 있게 하는 본질적 힘, 즉 사랑에 대한 갈급함이 쟝군의 내면에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오데뜨 양도 그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데뜨 양과 쟝 군의 항해 곡선은 조화를 이루게되었고, 두 사람의 여정은 오늘 이곳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오데뜨 양도 아름다운 성장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뚜랭 지방의 어느 마을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습니다. 오데뜨 양은 어릴 때부터 인류 역사의 교훈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기억하도록 배웠습니다. 훌륭한 어머니로부터 확고한 기독교 신앙과 자유로운 정신을 이어받아 조화로운 성숙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오데뜨 양은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남자를 향해 조금씩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하나가 되었을까?

      그물 짓는 요정을 하나 상상해 보세요. 두 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물을, 실 한번 끊지 않고 만들어 낸 요정은 누구입니까? 그들의 만남은 단지 우연이었을까요? 사랑스러운 가치는 언제나 예측 불가하고 비범한 것이어야 합니까? 갑작스레 생겨난 기적이어야 하나요?
     세상이 온통 거대한 혼돈뿐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혼돈 말입니다 너무도 혼란스러워서 우리의 존재를 들여다보면 현기증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 혼돈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상대방과 하나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남남인 것처럼 느끼기도 하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온 인생의 기회들을 순간 자신의 것으로 여겼다가 이내 외면해 버리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닙니다. 위험한 상황이라 해서, 혹은 기분이 아주 고양되었다고 해서 불확실한 삶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쟝 군, 저는 주례사를 부탁 받고 세상의 온갖 실재와 싸우면서 얻게 된 가치와 교훈들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영혼의 에너지

     이곳 우주는 인간이 일시적으로 만든 가시적 연대감으로 운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존재한 이래 이 세상은 유기적 발전의 불꽃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기적이나 우연이 아닌, 영혼의 유대, 영혼의 에너지가 우주를 지속시킵니다. 영혼의 에너지야말로 영원히 남게 될, 완전무결한 원동력입니다.
     두 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을 일으키시려는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고자 한다면,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은혜 위에 서십시오. 그것을 궁극적인 보루로 삼으십시오. 물질 너머에 있는 은혜에 여러분의 믿음을 두시기 바랍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가치에 신앙을 두십시오. 두 분의 활력과 지혜, 자유를 조화롭게 쌓아 가십시오. 오늘 이 보물이 여러분에게 위탁되었습니다. 하나님과 이 우주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삶은 그 자체로 계속된다

    여러분 배후에 놓여 있는 영적 존재들을 믿기 바랍니다. 창조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두 분을 통해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두 분의 결합은 자폐적 포옹으로 끝나지 말아야 합니다. 비활동적인 것보다는 훨씬 더 무한대로 일치시키는 숙고의 행동에서 이 일치를 표현했으면 합니다 바로 이 행동은 하나이면서도 동일하고, 항상 더 크고 열정적으로 사랑 받는 목적을 향해 방향을 정한 행동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모두를 한 구절로 요약한다면, 두 사람사이에 거하는 영적인 것을 신뢰하기 바랍니다. 두 사람은 서로 이해와 비옥함과 감수성의 무한한 매장지로서의 역할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사상, 감정, 꿈, 기도를 꾸준히 나누어 가지면서 바로 이 안으로 들어가서 상대방을 만나게 됩니다. 두 분이 알다시피 육체를 통해서 도달하게 되는 영적인 것에서만 과식이나 좌절이나 제한이 없습니다. 거기에서만 두 분의 사랑을 위해 하늘이 열릴 것입니다. 거기에만 위대한 길이 앞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순간 이 영을 느끼지 못하십니까?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영이 여러분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못 느끼십니까? 이 영이 두 분에게 퍼져 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십니까?
     많은 친척과 친구들의 연합된 사랑이 여기 함께 모여 있습니다. 오베르뉴, 뚜랭 혹은 뽀이투, 코트 다르쥔 등지에서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들이 이 곳에 전해집니다. 우리가 더 이상 볼 수 없는 분들이 보내는 축복도 여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드시고 자신의 창조물들을 또 하나의 소중한 연결로 묶으시는 하나님의 무한한 배려가 있습니다. 참으로두사람을감싸고축하하는외적이고물질적인 예식보다 더 위대한 것은 이 교회를 채우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친밀함과 그 능력입니다. 이 영적 열정이 두 사람의 미성숙한 사랑에 스미어 영원히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묵상을 위한 질문 1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 중요한 만남이 있는가? 신앙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정이나 나라 환경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영성 훈련 1
     기억에 남는 결혼식 장면이 있는가?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그들의 고유한 결혼 풍습에 대해 들어보자.



말씀묵상 1
     이사야61:10-11

............................................피에르 테야르 드샤르(Prierre Teilhard de Chardin,1881-1955)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은 프랑스의 오베르뉴에서 태어났다. 경건한 로마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고는 1899년 예수회에 입문하여 영국에서 공부했고 1911년 서품을 받았다. 파리의 소르본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모로코에서 위생병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고생물학을 연구하기 위해 중앙 아시아. 인도. 미얀마 등지를 다녔으며 1946년 이
후에는 주로 뉴욕과 파리에서 작업을 하였다
     테야르는 두 종류의 글로 유명하다. 하나는 과학적 주제를 담은 글인데, 그는 여기서 우주 생명에 대한 광범위한 이론을 제창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오메가포인트. 즉 예수 그리스도에서 끝이 난다고 한다. 말할 필요 없이, 과학과 영적 영역을 결합한 그의 시도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48년 프랑스 대학의 교수직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그의 작품들은 로마 가톨릭의 출판 승인을 받지 못해 사후에도 많은 글들이 출간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은혜로 받아들였다. 비록 파학에 대한 그의 견해는 그다지 환영받
못했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영적 주제를 다룬 책으로는 The Divine Milieu(신의 세계) ,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Hymn of the Hniverse)』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등이 있다.


God Bless You !